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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트북을 샀습니다

제 삶에서 10번째가 채 안되는 노트북입니다. 아내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고 한번 무언가를 결정하면 되도록 내 생존주기와 같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허나 컨텐츠 제작자로서 컴퓨터가 없다는 건 큰 손실이었습니다. 겨자 먹기로 휴대폰으로 편집을 해봤지만 초밥 속 겨자처럼 영상 전체의 혁신을 줄만한 편집은 어려웠습니다. 물론 스토리만 좋다면 우리 딸아이가 쓰는 키즈폰 카메라로도 찬사를 자아낼 수 있겠지만 글 조차도 이렇게 블로그에 쓰는 것이 어색할만큼 공백이 길었습니다. 각설하고 새 노트북의 장점 몇 가지를 남깁니다.

장점1. 
키보드의 감촉이 좋습니다.

장점2. 
터치바가 생각보다 편합니다.

장점3.
사운드도 베이스가 좋아졌습니다.

사실 재정여건상 2015년 중고 노트북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예전 노트북을 쓰면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대치를 안가지고 사는 사람이기 떄문에 잡스의 사망 이후 뭐가 그렇게 큰 혁신이 있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확실히 그 사이 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것들이 대부분 굉장히 긍정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듯 합니다. 의외로 영상 편집은 속도가 좀 느린 기분이 듭니다. 아무튼 최근들어 이렇게 글을 써 본 지가 오래된 기분이라 테스트로 글을 남깁니다. 한편으론 지금 이 타이핑의 감촉이 얼마나 오래갈까란 생각도 듭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 HR 직원들의 과도한 친절처럼 뭔가 초반에만 좋은 세팅 같단 느낌입니다. 물론 아니겠죠. 자 이제 이 새로운 노트북으로 주위에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재정적 여건을 멋지게 향상시킬 일만 남았습니다. 내일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공캠 주인장을 위한 소니RX0 2도 곧 도착을 하고 나면 이제 촬리의 phase 3이 시작이 됩니다. DJ로서의 촬리에서 PD로서의 촬리... 그리고 이제 경영자로서의 박준철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내가 점지한 사람이 더 위해해지는 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제 철학이 실천되는 순간인 것입니다. 설렘이 곧 진리가 되는 일을 제대로 벌여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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