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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시대

예전엔 방송인들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미니홈피나 팬클럽 홈페이지 정도가 다였다. 이는 마치 코를 풀 수 있는 휴지가 키친타올 밖에 없는 심정과 같은 것이었다. 방송이 지닌 산간벽지를 넘나드는 무지막지한 도달 범위는 출연자들을 더욱 종속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강력한 힘였다. 결핍 많은 외주 제작사 PD에게 온갖 핍박을 당해도 짚앞 투다리에서 회포를 풀어야 하는 현실이었다. 시간이 흘러 1인 미디어 세상이 열린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미디어의 허세는 크게 변지 않았고 영원히 귀속될 줄만 알았던 출연자들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 역시 PD 출신이지만 뉴미디어로 넘어온 이후로는 방송을 본다는 것이 외지의 향취에 젖어 처음 간 맛집 천장에 달린 TV에서 보는 전국노래자랑이 다다. SNS가 우리 삶에 들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방송의 생명과도 같았던 소통의 장이 개인으로 넘어간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주제를 굉장히 잘 쓸 줄 알았는데 다른 작업을 마치면서 결국 그저 그런 미역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