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뚜레주르에서 빵을 사려고 하는데 파리 한마리 떡하니 갓 구운 빵 위에 앉아 먼저 시식을 하고 있었다. 점원에게 이 손님을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하자 당차게 비닐 장갑을 끼고 와서 손으로 파리를 잡으려고 한다. "태어나서 손으로 파리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은 첨입니다" 그 어린 여자 직원은 웃으며 사냥을 멈추지 않는다. 당연히 파리는 스파이더맨처럼 웃으며 요리조리 피한다. 그 모습을 보니 암에 걸릴 거 같아 그냥 비닐이 포장된 빵을 사서 계산을 한다. 카드를 내밀며 "파리를 못잡아서 찝찝합니다." 하지만 그 점원은 여전히 파리 한마리 날리는 게 상공에 떠 있는 드론 한대처럼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에 새로 산 카메라 테스트도 하고 평화의 일요일을 빵과 함께 시작했다. 파리 때문이었는지 청결하지 않는 내 방도 확실하게 한번 치우고 싶어서 대청소를 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보니 구름이 예뻐서 나의 오랜 명기 소니 카메라를 꺼내 하늘과 구름을 듬뿍 담았다. 방충망이 픽셀을 방해하는 듯 해서 문을 활짝 열고 촬영을 이어갔다. 방충망을 다시 닫는 걸 깜빡하고 시간이 제법 흘렀다. 어느덧 파란 하늘이 거무티티해지고 잘 시간이 된 아이들이 화장실로 갔더니 왠 파리 한마리가 날라다닌다고 아내가 난리법석이다. 뭐, 아무래도 송도에 와서는 벌레 한마리 구경하는게 UFO만큼 별난 일이니 이리도 요란스럽다. 방충망을 열어놔서 그런 거 같다고 하니 아내가 무심하게 혼을 낸다. 아마 오늘 아침에 만났던 파리쉐(파티쉐)가 자신을 고발한 날 띠껍게 여겨 앤트맨처럼 집요하게 날 쫓아온 게 아닐까. 오늘 하루는 그렇게 한마리의 파리로 수미상관을 이뤘다. 휴우... 수개월이 흘렀는데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대청소를 하고 나니 더더욱 회사가 가기 싫어진다. 이런 적이 없었고 이럴 거면 다닐 필요가 없다. 생각을 이렇게 오래 머금는 것도 새롭다.